| 글쓴이 | 권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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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오랜만에 일정이 없는 토요일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대구에 있는 간송미술관이었습니다. 올해 초 교직원 수련회에서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유출되던 우리나라 문화재를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지켜내신 분입니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고려청자,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해례본 같은 소중한 보물을 우리 땅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문화재들을 미술관에서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신기하고 경이로웠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지녔던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예술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동시에 ‘이 보물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어디서 찾았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특히 제 마음을 붙잡은 것은 훈민정음해례본에 얽힌 일화였습니다. 간송 선생님은 훈민정음해례본을 사들일 당시, 처음 제시된 1,000원이라는 가격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귀한 것은 그에 걸맞은 값을 치러야 한다”라며 10배의 돈을 더 얹어 총 11,000원을 지불했습니다. 당시 서울의 큰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었던 시절이니, 오늘날로 치면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기꺼이 내놓은 셈입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위해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답은 ‘문화보국(文化保國)’, 즉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라는 신념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전 재산을 쏟아붓는 그를 보며 어리석다고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가 치른 값으로는 도저히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송 선생님은 ‘나는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는 자신을 단순히 부유한 상속자가 아니라 이 나라의 문화를 지켜야 할 사명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했습니다. 그 확고한 정체성이 있었기에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파격적인 선택도 기꺼이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만큼 그에 걸맞은 값을 지불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친구들과 화목하게 어울리는 청소년이라는 모습도 분명 여러분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분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이자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방향 또한 이 정체성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행복, 조국의 미래를 위해 살겠다고 자주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 멋진 고백들이 입술에만 머물러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간송 선생님이 우리나라를 위해 살아간 것처럼 우리 역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 부름받은 존재입니다.
전형필 선생님께서 지켜낸 보물들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꺼이 살아갈 때 세상은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오늘, 이 질문을 꼭 마음속에 품어보길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오늘,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을 기꺼이 내어드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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